자식에게는 악몽과 같은 어머니의 사랑
나도 자식이다 보니 자식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게 된다.영국 BBC ONE 에서 2019년에 했던 드라마 골드 디거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이탈리아 드라마 사랑이라는 거짓은 말 그대로 돈 많은 중년 여성과 매력적인 젊은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돈이 많은 수준이 아니라 지역에서 호텔을 운영할 정도로 부자인 가브리엘라는 60세의 나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관리를 잘 해서 그런지 몸매만 보면 절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하게 나이 많은 남성과 딸보다 더 어린 여성의 관계는 매체나 실생활에서도 보고 있지만 의외로 나이 많은 여성과 젊은 남성의 사랑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실제로도 그렇고 매체에서도 이런 경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10살 정도의 차이는 은근 보이는데 20살이나 30살이 넘는 차이는 거의 없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나이 많은 여성과 젊은 남성은 누가 봐도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같아 보이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드라마 사랑이라는 거짓은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모자 관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이 꽤나 제작진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가브리엘라와 엘리아 사이에서는 성적인 긴장감이 존재한다. 둘의 베드신도 그런 의미에서 의외로 후끈 달아 오른다. 엘리아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섹시하고 가브리엘라는 그 나이대의 여성 모두가 가질 수는 없는 우아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돈의 힘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지만 우아함은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돈은 있으나 천박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우아한 가브리엘라는 숨막히게 매력적인 엘리아와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엘리아를 보면 그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외모의 소유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매력적인 외모와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몸매까지 남녀노소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외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문제라면 일단 안정적인 직업이 없어 보이며 어디에서 튀어 나왔는지 모를 사람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만 보면 내가 가브리엘라의 자식 입장이라고 해도 어머니의 상태가 심각하게 걱정이 될 거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나 집안의 재산을 함께 관리하고 사업도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갑작스럽게 등장한 젊은 남성은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일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 나라에서도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도 나왔으나 거의 중견기업을 가정부 한 명이 초토화시킨 전적이 있지 않았나. 특히 나이 먹고 늙은 남자를 공략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제 너무 흔한터라 놀랍지도 않다.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가브리엘라에게 접근하는 엘리아 역시 그런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되며 연출에서도 이를 은근하게 보여주면서 엘리아의 의도를 애매모호하게 만들며 호기심을 배가시킨다.
어차피 영국 드라마 골드 디거를 보신 분들이라면 결말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이 드라마의 결말보다는 나이 많은 여성이 사랑을 할 때 자식들의 반응이나 주변인들의 인식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나 역시 만약 이런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하면 자식을 키우며 외롭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자식이 챙겨줄 게 많은 어린 시절에는 정신이 없어서 사랑을 할 여유가 없으나 자식이 성인이 되어 부모 손을 떠나면 결국 부모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외롭기만 할 뿐이다.
가브리엘라 역시 본인 생일에 자식들 중 아무도 식사를 같이 하지 않자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지만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낀다. 자식들도 참 별로인 게 그래도 어머니 생일이면 밥 한 끼 정도는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 본인들 바쁘다는 핑계로 식사 조차 안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예 방문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혼자서 외로운 생일을 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그 누구도 헤아리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나타난 매력적인 엘리아 앞에서 어머니가 정신을 잃지 않는 게 오히려 불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엘리아는 성적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순수하게 가브리엘라만 바라 본다. 적어도 가브리엘라가 느끼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자식들 입장에서야 악몽과 같은 일이지만 이제 인생의 말년을 보내야 하는 가브리엘라 입장에서 엘리아의 등장은 축복과도 같다. 결국 일이 잘못되어 자신을 다 망친다고 해도 이 나이에 이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거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 아닌가.
드라마 파친코에서도 노년이 된 선자가 중년 남성과 교제를 하려고 하자 아들인 모자수가 남자의 뒷조사를 하며 어머니에게 경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아들 모자수에게 선자는 자신도 외롭도가 이야기한다. 자식들은 나이 든 부모를 어린 아이 대하듯이 하지만 어린 아이와 부모는 결국 다른 존재라고 보는 게 더 현명하다. 치매가 오기 전까지는 어른들도 육신만 늙었지 판단 능력까지 어떻게 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특수한 사례로 인해 걱정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다지면 젊은 사람들이 사기에 훨씬 취약한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사랑이 마지막 사랑일 수도 있는데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은 가브리엘라의 마음이 나는 그래서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재산이 많은 집안에서 이런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마련인데 우리 나라에서 유명한 배우도 나이 먹어 사귄 젊은 여성과 결국 교제를 이어가지 못한 실제 사례가 있기도 하다.
반면 드라마 자체는 연출이 심심해서 그런지 시종일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한 편이다. 너무 우아하게 작품을 담아 내려다 보니 평범한 드라마처럼 보이게 만드는 우를 범한다. 차라리 엘리아의 존재감을 더 확대하고 그의 의뭉스러움을 더 극대화해서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 느낌을 조금 더 가미했으면 속도감도 생기고 몰입도도 확 늘어났을 텐데 엘리아가 매력적인 걸 제외하면 드라마에서 딱히 큰 재미를 찾기는 어렵다.
소재나 설정이 신박한 데 반하여 연출이나 각본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이탈리아의 멋진 풍광은 정말 예술이다. 보면서 다른 거 다 떠나서 드라마 배경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장님과 다를 바 없다. 이탈리아는 어디를 가도 풍경이 예술인데 아직 유럽 여행을 안 해다면 첫경험은 이탈리아에서 해보기를 강추한다.
총평
드라마의 힘은 약한데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소재의 힘은 있다.
평범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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