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기 힘든 정서의 차이
과거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다.대학생 시절이었는데 워낙에 규모가 큰 서울의 대형 교회여서 기숙사 규모도 컸고 대학생 만이 아니라 소외 가정이나 탈북자 가정도 함께 생활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안에서 만난 나와 동갑이었던 탈북자 소년은 나이는 18살로 나와 동갑이었으나 탈북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학원을 다니며 검정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탈출한 건 10대 초반이었으나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있다가 몇 년 뒤에 한국을 들어온 터라 한국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물이 전혀 빠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표준어로 이야기를 하려고는 하지만 발음이나 억양이 굉장히 어색해서 5초만 이야기를 해 보아도 탈북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탈북자들이 정착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바로 교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북한의 상황이나 탈북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탈북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게다가 그러한 힘든 상황을 너무 어린 나이에 겪었음에도 한없이 해맑은 그 친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굉장히 착하고 해맑은 친구였기에 스스럼없이 지내긴 하였으나 결국 진정한 친구가 되지는 못 했다. 그 친구가 가진 정서나 문화의 차이가 생각보다 심했던 데다가 공통 분모가 전혀 없다 보니 이야기 자체가 통하질 않았기에 그러했다.
넷플릭스에서 종종 해주는 폴란드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 탈북 소년이 생각난다.
어딘가 모르게 순수한데 정서가 너무 맞지 않아서 이야기가 튄다는 인상을 받으며 그러다 보니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마치 탈북 소년과 대화를 했을 때에 종종 느꼈던 소외감을 드러마에서 느끼게 된다. 폴란드는 동유럽의 나라 중 하나이기에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있다. 소련에서 벗어난 지가 한참이나 되었으나 아직도 소련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폴란드라는 나라를 가 본 건 아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소련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인상을 받고는 한다. 드라마는 특히나 호흡이 길기 때문에 해당 나라의 문화나 정서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동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그나마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괜찮은 폴란드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를 종종 만들어 내고 있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만족한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타율이 안 좋기는 하다.
드라마 갈 데까지 가 보자 역시 노름꾼이었던 아버지의 자살 이후 남겨진 빚을 갚아야 하는 과거 경찰이었던 아들이 범죄에 가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다루고 있는데 시대의 변화 덕분인지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안 나오긴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도 1970년대나 그 이전 배경의 드라마들은 한심한 부모로 인해 자녀가 고통받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이기도 했었다.
최근에도 그런 소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 소재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부모와 연락도 안 하고 사는 자녀들이 우리 나라도 점점 더 많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원을 지원해 줄 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그래도 우리 나라의 경제 여력이 좋았던 시절에는 부모나 자식이나 여유가 되면 서로 지원을 해주었고 보통 부모가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나라도 일본처럼 불경기 기조로 간다면 핵가족에 이어 그 안에서도 분리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아직 폴란드는 소련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 사회로 그래도 아들이라는 작자가 집을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의 빚을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갚으려고 노력을 하기는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정서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애초에 본인이 만들어낸 빚도 아닌 아버지가 만들어낸 빚을 갚는다는 설정도 너무 올드하고 그걸 갚는 방식이 본인의 신체적 능력을 이요해서 빌런들을 처단하는 것도 너무 판타지 스럽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가진 거 하나 없는 데다가 아이까지 딸린 유부녀가 누가 봐도 집안 좋은 재벌 가의 왕자와 결혼에 골인하는 일일 드라마가 연속적으로 흥행한 것처럼 드라마 갈 데까지 가 보자 역시 아버지의 빚을 갚는 방식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러니 감정 이입을 하기도 어렵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러 가지 세세한 부분에서 역시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갑자기 드론으로 악당의 집을 염탐하는 것도 황당했는데 저걸 과연 저 사람들이 모를 만큼 허술하게 보안을 관리하지는 않을 텐데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경찰을 몰래 들어가는 방법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데다가 물건이 사라진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 역시 이해가 안 가긴 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넷플릭스에서 그나마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을 제외하면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정도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수준 낮은 작품들이 워낙 낮아서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폴란드 영화나 드라마들도 최근 몇 년간 만족도가 심할 정도로 낮아서 앞으로는 선택을 잘 안 하게 될 듯하다.
총평
그럴 듯해 보이지만 허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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