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해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를 제대로 만드는 건 참 어렵다.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처음부터 밝히기 어렵지만 떡밥은 던져 줘야 하고 재미도 유지해야 한다. 이건 마치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을 못 하는 연인의 상태와 비슷하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자신의 사랑 고백을 해야 하는 숙명인데 그 와중에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는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드라마 제작자들이 미스터리 장르를 시도하지만 성공한 작품이 몇 개 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빌리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드라마 우리 이전에는 애플에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로 한 회차당 30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인데 아쉽게도 그 짧은 1화도 지루할 정도로 재미가 그다지 있지는 않다. 혹시나 나만 재미없게 본 건가 싶어서 로튼 토마토 점수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점수가 낮다. 신기한 일이지만 역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어서 나 혼자만 재미있게 보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과거 광고에서 100명이 그렇다 라고 이야기해도 혼자 아니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멋지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적이 있었는데 오래된 광고이긴 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건 아무래도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생활하면서는 내 점심 취향에 있어서도 그대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드라마같은 취향의 문제에 있어서도 눈치를 보는 어른으로 자라난 내가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그만큼 사회성이 있다는 사실로 받아 들이면서 스스로 위로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나 역시 내가 아무리 재미있게 보았다 하더라도 남들의 평가가 좋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우리 이전에는 소아 정신과 의사이자 아이들을 맡아서 돌봐주는 진정성 있는 일라이 박사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신비한 존재를 보면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노아라는 아이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갑자기 노아가 일라이의 집에 들어와서 앉아 있는 걸 보는 건 조금 기묘하고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른이 아이를 구원하는 구원 서사에서 이 정도 클리셰는 넘어가도 큰 무리가 없다.
정작 문제는 클리셰가 나오는 게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크게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무언가 의문스러운 지점이 발생하면 이게 궁금하고 관심이 가야 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게 별로 없다. 그래도 1화 마지막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별다르게 관심이 동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런 미스터리 드라마에서 다음 화가 미치도록 궁금하지 않으면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빌리 크리스탈은 이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어울리는 배우는 아니다. 모든 장르를 넘나 들면서 신들린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대단한 배우들이 있긴 하지만 빌리 크리스탈은 솔직히 말해 그 정도 연기력은 아니지 않나. 커리어도 거의 대부분 코미디 위주로 쌓아 오신 분인데 왜 이런 장르를 시도하신 건지 궁금하다.
특정 장르에서는 그 장르에 어울리는 얼굴이 존재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힘이 어마무시하다. 그런 부분에서 주연 발탁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 크게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고 애플 드라마들이 그런 어정쩡한 부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잘하고 있기는 하고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이다. 애플이 돈이 많아서 그런지 재미가 없어도 완성도가 괜찮은 편이긴 한데 문제라면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거다.
드라마 우리 이전에 역시 빠르게 잊혀갈 가능성이 높다.
총평
다 떠나서 재미가 없는데 누가 계속 보겠나
평점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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