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버려진 아이들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각본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연출의 예술적인 경지도 더해진 터라 소름 돋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되었다. 특히 4화 이후 하빈이 왜 송민아를 죽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실타래가 풀리긴 하지만 곧이어 정작 하빈의 엄마이자 태수의 전 부인이었던 지수는 왜 수현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오지 않으면서 새로운 떡밥을 시청자들에게 던지고 있다.오리지널 극본이라 그런지 결말이나 이런 걸 지금 당장 예측하기 어려우나 역시 나는 하빈이 이유없이 살인을 했을 거라고 보여지진 않았기에 최영민과 알 수 없는 미소를 교환했을 당시에도 둘이 공범이라는 생각을 가지진 않았다. 그리고 최영민이 받은 돈의 출처가 하빈의 엄마 지수였다는 게 조금 충격적이긴 하다. 그 돈의 운반책인 송민아를 하빈이 오해해서 죽인 거 같은데 정작 죽여야 했던 건 바로 최영민이었다.
하지만 지수의 엄마는 도대체 왜 수현을 죽여야 했을까.
이 부분이 아마 최대 화두가 될 거 같은데 이렇게 되면 태수는 딸인 하빈 그리고 자살해 버린 전 부인 지수의 범죄까지도 덮거나 해결해야 하는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아직 하빈이 정말 송민아를 물리적으로 죽인 건지 그리고 지수가 수현을 실제로 죽인 건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나온 게 없고 내가 예상하기로는 그렇게 되지도 않을 거 같기는 한데 작가가 각본을 워낙 잘 쓰는 터라 이야기를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다.
이건 아마 이번 주 방송분에서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그보다는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묘사해서 보여주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도 안 다뤄진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핵심으로 다룬 건 공중파 드라마에서 거의 처음이다.
영화 박화영에서도 알 수 있으나 우리 나라에는 생각보다 가출 청소년들이 많고 이들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되고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다. 누군가에게는 왜 범죄의 길로 들어서냐고 반문할 수도 있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 미성년자인데 보호자가 없는 상태의 삶이란 그야말로 정글보다더 더 혹독하기에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 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머리가 좋거나 살아 남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되기 보다는 가해자가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이 어린 아이들은 본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되어 인생의 밑바닥에서 살아가느냐 아니면 가해자가 되어 밑바닥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경찰을 그나마 신뢰했던 마음 약한 소녀가 결국 최민영에게 잔인하게 린치를 당하는 걸 보면서 어른들은 과연 이 아이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기는 한걸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을까. 아니 어찌 보면 최민영보다 더 믿지 못할 존재는 바로 이런 무책임한 어른들이다. 어설프게 착하고 그러하기에 자신을 절대로 보호해주지 못할 어른들 말이다.
투표권도 없고 경제력은 당연히 없기에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외면 받는 이 가출 청소년들은 오늘도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남아 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우리가 존재 자체를 무시해 왔던 그들을 말이다. 이들은 항상 존재해 왔지만 먼지처럼 불면 날아갈 존재들이었다.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장하빈이나 윤지수나 살인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수현의 담임이었던 선생님이나 최민영의 애인이 이러한 살인에 관여한 게 아닐까 의심이 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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