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만 합격 나머지는...
트위터에서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보통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이후에 TVN에서 공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소재나 수위 덕분에 티빙에서만 남을 확률이 높다. 이런 드라마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점도 인정하긴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작품성 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지점이 유독 많이 남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영화보다 소설을 더 세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각본으로 박상영 작가가 참여했다는 점도 기대 요소 였는데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각본을 제외하면 만족할 만한 부분을 찾기가 어려워서 보면서도 한숨이 조금 많이 나왔다.
트위터 반응은 무슨 걸작이 나온 것처럼 하시던데 원래 트위터 반응은 영화 초기 반응도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기에는 애매한 지표라고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크게 참고하지는 않는 편이다. 기독교 보수 집단에서 집중 포화를 다룬 드라마이기에 이에 반발심으로 드라마를 더 극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오직 완성도 면에서 보자면 길이 길이 남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
연기는 어땠나
결국 이런 소자본의 드라마는 배우들이 혼신의 힘으로 연기를 해주어야 한다. 돈이 부족한 데에서 오는 부분을 배우의 존재감이나 연기력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 고영 역할을 맡은 남윤수 부터 한계를 드러낸다. 게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리고 노력을 열심히 한 부분도 보이긴 한데 발성이나 발음 그리고 연기의 톤을 본인도 잡지 못한 게 여실히 보여서 그런지 고영이라는 인물에 감정을 투여하기에 제일 방해가 되는 배우가 바로 남윤수 였다.
신인 배우들을 많이 기용했다고 하던데 발음 안 좋은 신인 배우들을 기용할 거면 기본적으로 한글 자막을 깔아 주는 성의는 보였어야 하지 않나. 특정 배우 몇몇을 제외하면 발성이나 발음이 엉망이어서 대사의 15%정도는 전혀 못 알아 들었다. 음향에 투자할 돈이 없다면 제발 한국 드라마들은 양심이 있으면 한글 자막 좀 기본적으로 달아 주었으면 좋겠다.
남윤수는 노력은 많이 했으나 역시나 능력의 한계를 이번 드라마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최미애 역할을 맡은 이수경 배우나 노영수 역할을 맡은 나현우 그리고 심규호 역할을 맡은 진호은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진호은 배우는 심규호가 가진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배우 중 하나인데 어린 나이임에도 캐릭터가 가진 진정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로 남았을 정도다.
연출은 괜찮았나
여기서부터 조금 한숨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회차마다 감독이 다르고 이걸 전체적으로 총괄한 사람이 없었던 건지 에피소드마다 연출 편차가 심각할 정도로 크다는 점 역시 당황스럽다. 우리 나라는 보통 드라마 시리즈여도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전체 회차를 연출하면서 통일성을 유지시크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다르다. 미국 드라마 보면 회차마다 감독이 다른 경우가 빈번한데 그래서 미국은 우리 나라처럼 드라마 이야기할 때 메인 PD 보다는 기획자를 더 중요시 한다.
라이언 머피가 만드는 드라마도 보면 어느 회차는 라이언 머피가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지만 어느 회차는 전혀 참여하지 않으나 드라마마다 편차가 그리 크다는 인상을 받은 기억은 없다. 그만큼 전체적인 회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건데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감독이 다 달라서 그런지 회차마다 전부 다 다른 작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통일성이 전혀 없고, 특히나 1회와 2회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의 연출력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나마 3회부터 좋아지긴 하는데 큰 마음 먹고 보기로 결심한 시청자들은 1회부터 탈주할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안타까울 정도였다. 소재의 한계보다 연출이 너무 구리고 재미가 없어서 탈주를 할 거 같은데 나 역시 보면서 탈주를 해야 하나 싶었다가 그래도 참고 보자는 심정으로 8회까지 보게 되었을 정도다. 다른 감독이 회차마다 연출하는 자체의 의도는 좋으나 이걸 통일성 있게 유지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퀴어 소재를 안 보는 사람들은 너무 원천적으로 차단한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재미는 있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8회까지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정작 재미가 크게 없었다는 점이었다. 각본은 잘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소설가가 써서 그런지 장면마다 설명이 너무 많고 대사가 많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원래 활자가 영상으로 넘어 오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대사가 많다는 건데 최근에 공개가 된 애플 오리지널 드라마 디스클레이머 역시 대사나 독백이 너무 많아지면서 드라마의 작품성 자체가 저하되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 역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다.
영상물은 대사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대사를 김은숙 작가나 김수현 작가 만큼 쓸 게 아니라면 대사가 많으면 안 된다. 대사로 모든 걸 다 표현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인데 이 드라마는 그 지점에서 조금 애매하다. 작품의 감상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대사로 이야기를 채우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된다.
각본은 괜찮으나 연출이 빈약하고 주인공을 포함한 몇몇 배우들은 참아 주기 힘들 만큼의 발연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몰입마저 힘들게 만든다. 퀴어 소재의 드라마에는 좋은 배우들이 몰리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오히려 이렇게 결과물이 애매하다면 내가 잘 나가는 남자 배우여도 퀴어물은 절대 선택도 하지 않을 거 같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무조건 결과물로 이야기해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트스토퍼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한 건 절대 아니지만 여러모로 아쉽긴 하다.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러할 수도 있고 내가 이런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비교할 대상이 많아서 더 그러할 수도 있다. 그래도 배우들은 연기력을 제외하면 존재감이나 매력이 빛나긴 해서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해외 팬들에게 먹힐 만하긴 하다.
대중적으로 흥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말이다.
총평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별로였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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