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미는 있다
알폰소 쿠아론과 케이트 블란쳇의 만남 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기까지 한 드라마인데 공개되고 나서는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는 않아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감상을 시작하였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깊이는 사실 크게 있지는 않은데 드라마 자체가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고 성공한 사람의 구린 과거가 까발려지는 스토리가 기본 축이라서 재미없게 만들기도 힘들 정도인데 아무래도 알폰소 쿠아론의 이름값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로튼 토마토 점수가 높지는 않은 편이다.드라마 자체의 이야기 보다는 일단 애플 티비 플러스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조금 해보자면, 가장 불만은 자막이며 가장 만족은 사운드다. 내가 어쩌다 보니 OTT는 거의 다 경험해 보았는데 같은 환경에서 보면 애플 티비 플러스에서 보는 게 음질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럽다. 하지만 가끔씩 아니 거의 매회차에서 자막과 음성의 안 맞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자막을 만들고 나서 검수를 한 번도 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런 미묘한 실수는 넷플릭스나 다른 OTT 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우여서 당황스럽기는 하다.
한 회차만 그러면 이해를 하지만 거의 모든 회차에서 자막과 음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한 번씩은 있어서 검수가 전혀 안 되고 있거나 시스템 관리가 부실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다. 그래도 영어가 대사인 경우 대충 알아 듣기는 하지만 영어가 아닌 외국어의 경우 내용 이해에도 방해가 되는 터라 애플 코리아가 이걸 안다면 시급히 고치길 바란다.
자 흥분을 가라 앉히고 드라마로 돌아오면.
일단 디스클레이머는 르네 나이트가 10년 정도 전에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아폰소 쿠아론이 극본과 제작을 맡아서 보여주고 있는데 초호화 출연진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기는 했다. 알폰소 쿠아론은 영화 로마와 그래비티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다작을 하는 분은 아니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국내에서는 오징어 게임 정호연이 나온다고 해서 화제였는데 정호연은 거의 먼지같은 비중이어서 크게 기대하면 실망을 할 뿐이다.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어두운 과거에 발목을 잡힌 성공한 여성이 몰락을 막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이야기이긴 한데 이런 이야기가 아주 새롭다고 보기도 어렵고 연출도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진 않아서 나도 보면서 기대보다는 아니구나 싶었다. 물론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고 배우들이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긴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점이 드라마 디스클레이머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캐서린은 성공한 언론인이며 아름다운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여유로운 위치에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나날을 살고 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한 소설 한 권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 소설에서는 자신의 과거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이 되어 있으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려고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캐서린 만을 사랑하는 남편 로버트도 전혀 몰랐던 캐서린의 과거 이야기가 담긴 소설로 아직 2회차 밖에 공개되지 않아서 캐서린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남편과 함께 휴가를 간 이탈리아에서 사업으로 인해 먼저 휴가지를 떠난 남편 몰래 어린 소년과 바람을 피운 전력이 있었고 더 중요한 건 그 소년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그 부모가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하고 캐서린의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캐서린과 스티븐의 아들 조나단은 서로에게 강력하게 끌린다. 사랑일 수도 있으나 조나단 역시 캐서린이 유부녀 라는 걸 알고 있었고 캐서린 역시 자신이 유부녀라는 걸 누구보다 강력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나 육체적인 끌림 그리고 남편의 부재 그와 동시에 외국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무서운 속도로 육체적인 사랑에 빠진다. 캐서린의 아들 니콜라스를 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 거 같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회차가 더 진행되어야 나올 듯하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는 편집 형식이어서 아직 이야기가 다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왜 이제서야 아버지 스티븐이 복수를 계획하고 있는 건지 의아할 수도 있을 텐데 원래는 조나단의 죽음에 관해서 목숨을 다해 파헤치던 낸시가 몰래 혼자서만 준비해오던 일이기에 남편인 스티븐은 이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낸시는 9년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부인의 유품을 9년 만에 정리하던 중 부인이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아들 조나단의 죽음과 관련된 소설을 발견하게 되고 그 내용에 충격을 받은 스티븐은 캐서린을 어떻게 해서든 몰락시키기로 77세의 늦은 나이에 마음을 먹는다.
77세면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나 갑자기 알게 된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이대로 두고 보기는 어렵다. 몸이 힘든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스티븐은 아마도 이보다 더 생생한 적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복수를 하는 스티븐의 모습은 활기찬 소년의 눈동자와 진배없었기에 더 그러하다. 결국 캐서린과 스티븐의 진실 공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가족들과 권위가 땅에 떨어질 캐서린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나 역시 묘하게 흥분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스티븐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캐서린을 어떻게 조질까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캐서린의 남편인 로버트에게 아들 조나단이 찍은 캐서린의 외설적인 사진을 보내면서 미끼를 투척하고 있는데 캐서린을 한없이 사랑하는 남편 로버트는 부인의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열에 찬 얼굴을 사진에서 보자 이내 열등감이 폭발한다. 이미 여자 경험이 많이 없는 상태로 캐서린과 결혼하여 충실하게 살아 왔다고 자부하지만 현실은 부인이 다른 남자와 잤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찌질한 남자였다는 게 사샤 바론 코헨의 연기로 몇 초 만에 드러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좋았다.
앞으로 전개를 조금 더 보긴 해야 겠지만 상당히 전개가 재미있다. 애초에 막장 드라마같은 설정이기도 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데다가 소재에 비해 필요 이상의 고 퀄리티 작품이어서 추천하고 싶다. 파친코의 발톱의 때만큼도 깊이는 없긴 하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기는 하다.
총평
마라맛은 무조건 맛있다.
평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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