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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후기 그야말로 수작

빛이 나는 김태리 그리고 신예은 

TVN 내부 시사회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또 언론 플레이 조금 심하게 하나 싶었는데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정년이 1화와 2화를 다 본 지금 나는 그 기사가 전혀 과장된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원작 웹툰을 본 적도 볼 마음도 없는 사람이기에 원작 웹툰과의 비교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원작 팬들은 부용이 캐릭터가 사라진 점을 들며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지금 MBC와 TVN의 신경전도 도마 위에 오른 듯한데 이건 법정 싸움이어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는 드라마 정년이를 보고 나서 느낀 솔직한 감상 위주로 토해내고자 한다.

진심으로 재미있다

내 기억력이 안 좋아서 몇 년 만에 본 드라마 중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서 순수하게 재미로만 따지면 단연코 최고라고 할 만하다. 이런 저런 잡음이 참 많아서 보기 전까지 주저하게 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보면서 왜 배우 김태리가 캐스팅 1순위인지 김태리가 캐스팅이 안 되면 정년이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실제로 어려웠는지 단숨에 이해가 갔다. 

활어같은 김태리 

김태리는 천재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영화 아가씨로 데뷔했을 때 처음 본 김태리는 그 당시에도 빛이 나고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드라마 정년이에서도 김태리는 대단한 매력을 보여준다. 생생하게 팔딱팔딱 뛰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정년이는 김태리 밖에 소화하지 못 한다는 걸 본인 스스로 증명한다. 드라마 연기에서 이 정도로 감동을 받는 건 실로 오랜만이다. 나이가 상당히 많은 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10대 후반의 연기를 이리도 기가 막히게 할 줄이야. 단순히 스타성을 넘어서 이 정도 연기력이면 극찬을 받는 게 이해가 갈 정도다.

김태리 드라마나 영화를 다 챙겨본 게 아니어서 그 동안 크게 관심이 없었다가 드라마 정년이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는데 참 좋은 배우구나 싶다. 이 정도 연기력이면 재미없는 드라마도 살릴 정도인데 보면서 김태리의 대단함을 느낀 부분은 연기를 잘 하는 걸 넘어서 시청자들을 그 시대로 바로 넘어오게 만든다는 거다. 그리고 정년이라는 캐릭터를 모두가 응원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기에 계산이 들어가 있느냐 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돋보이는 신예은 

김태리가 맡은 정년이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배우가 바로 신예은이 맡은 허영서다. 이름에 허영이 들어가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안에서도 무시당하는 자존감 바닥의 인물이다. 낮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고개를 꽂꽂하게 들고 다니며 모두를 무시하지만 정작 본인이 무시당하면 가장 상처 입을 사람이 바로 허영서다. 

하지만 능력치는 누구보다 좋다. 김태리 그리고 신예은은 판소리를 직접 해야 했는데 어느 정도 기술로 만진 부분이 있겠지만 그래도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될 만큼 수준급 실력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내가 판소리 자체를 들어볼 기회가 없어서 저게 잘 하는 건지 아닌지 알 길은 없으나 대단한 실력이라는 건 가늠해 볼 수 있다. 

김태리와 신예은이 국극 연기를 하면 마치 어느 만화가 떠오를 정도다.

바로 유리가면 

보면서 유리가면이 떠올랐는데 나는 유리가면 만화를 작가가 연재를 중단하기 전까지 다 보았는데 참고로 이 만화는 아직도 완결이 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천재 작가로 알려진 작가 미우치 스즈에의 만화 유리가면은 지금까지도 회자가 될 정도로 대단한 만화인데 정년이가 떠오르는 그야말로 볼품없는 천재 마야와 허영서가 떠오르는 누가 봐도 공주님 아유미의 연기 대결을 그리는 만화다. 

홍천녀의 주인공을 두고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중간에 신흥 종교를 창설하고 헛짓거리를 하는 덕분에 연재가 오랜 기간 동안 중단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정신 차린 작가가 연재를 재개했으나 예전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 하고 있다.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을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화로 마야와 아유미의 연기 대결이 항상 화제였고 나는 정년이와 영서의 대결도 이 구도로 갈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사실 이런 대결 구도는 성장 드라마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걸 유리가면 만큼이나 재미나게 구성한 게 바로 정년이의 매력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드라마여서 완성도 자체가 높은 편인데 대결 구도가 흥미롭고 누가 봐도 김태리와 신예은의 연기력이 대단하기도 해서 더 기대가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특히 신예은이 김태리에게 보여준다고 방자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나도 보면서 내가 헛것을 보나 싶을 정도의 변신이어서 신예은의 연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탄하기도 했다. 

특히나 비중이 그지 많지 않았던 신예은 이기에 이러한 임팩트는 더 놀라웠다. 물론 이것도 김태리가 드라마 주요 기둥으로 단단한 지지대를 세워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연출과 각본 그리고 연기까지 삼합이 다 좋은데 자본력까지 있다 보니 오히려 재미없기가 힘들고 이러한 입소문을 시청률은 바로 반영하고 있다. 

1화에서 4%대의 시청률을 보여주더니 2화에서는 바로 8%로 상승했으며 아마 이번 주말에 방영되는 3화나 4화에서는 분명히 10%를 돌파할 거라고 확신한다. 순수하게 재미있으며 정년이와 영서의 대결도 기대가 되고 국극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고급 웰메이드 드라마여서 더 기대가 된다. 

총평과 평점은 드라마가 마무리 되고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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