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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거나 나쁜 동재 후기 무난하다

단점 만큼 장점도 명확하다

비밀의 숲 스핀오프 드라마인 좋거나 나쁜 동재는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작품이다. 나는 비밀의 숲은 보지 않았으나 워낙에 유명한 드라마여서 드라마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서동재라는 선인도 그렇다고 악인도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가 주인공을 맡았는데 그 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입체적인 인물이어서 신선하긴 하다. 이 정도의 애매모호한 도덕성을 보여주는 인간은 보통 영화에서 주연이나 아니면 조연으로 자주 등장했던 터라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하고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단 주연은 물론 어느 정도 선인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조차 입체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 몰입도를 떨어 뜨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겠다. 나 역시 그나마 감정 이입을 하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천원 식당의 주인공이 알고 보니 연쇄살인마 였다는 설정은 신선한 동시에 그럼 나는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하지 라는 의문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는 도대체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 하나

주인공 동재는 도덕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고 본인 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물이어서 애초에 동재에게 감정 이입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박성웅이 맡은 빌런에게 마음을 주기도 어렵다. 요즘 트렌드가 빌런을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서 주인공 만큼이나 팬덤을 형성하는 건데 박성웅은 연기가 한결같이 비슷하고 맡는 역할도 놀라울 정도로 똑같아서 이제 어느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박성웅 연기나 존재감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가 안 된다. 이번에도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는 박성웅 나올 때마다 텐션이 떨어지는 터라 앞으로 박성웅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안 보고 싶을 정도였다. 

박성웅 정도면 거의 악인 역할계의 차태현이라고 할 만한 수준인데 둘 다 연기력이 애매하긴 한데 그나마 차태현은 이미지라도 좋으나 박성웅은 시종일관 조폭같은 이미지여서 보기에도 편하지 않은 데다가 연기도 너무 1차원 적이어서 보면서도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이 드라마는 완성도가 애매한 지점이 많은데 거기에 일조하는 게 박성웅의 단편적인 연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우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반복적으로 할 거면 연기력이라도 갈고 닦아서 조금이라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거나 해야지 너무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몇 번 안 봤는데도 질린다.

그에 반해 이준혁은 서동재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이준혁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이준혁이 서동재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면 드라마 전체가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나는 보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게 과연 탁월한 선택이었나 라는 점이다. 주인공 보다는 조연 역할로 매력이 드러나는 캐릭터인데 이걸 굳이 주연으로 가지고 오면서 드라마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비밀의 숲에서 조연 캐릭터로 나온 서동재를 왜 굳이 주연으로 데리고 왔는지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는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짠내 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려면 주인공에게 감정을 투영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선한 면이 필요한데 동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본인 위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이 정도로 이기적인 인물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드라마 안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통해 캐릭터들은 관찰할 수 있는 즉 숨통이 트일 만한 인물 하나 정도는 필요했었다고 본다. 

그래도 이야기 구조 자체가 뻔하지는 않아서 더 좋았는데 1화 중반부까지만 해도 이거 또 같은 이야기 반복하는 거 아닌가 해서 하차하려고 생각했는데 식당 주인이 갑자기 연쇄살인마라는 게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 한다. 김상호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 살린 거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반전이어서 배우가 조금이라도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실수를 했다면 이 장면 자체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배우에게 크게 의지한 장면인데 반전같은 효과를 준 건 맞으나 그리고 이로 인해 이야기의 큰 틀 자체를 흔들 만하다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2화를 보니 크게 효과는 없었다. 

드라마라는 게 호흡이 길다 보니 어느 한 장르만을 취사 선택해서 가는 게 어렵긴 한데 각본 자체가 조금 가볍다 보니 연출의 방향도 그에 맞춰 널뛰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진지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한국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주면서 쓴웃음이 나오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범죄 스릴러 드라마가 되었다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톤이라는 걸 유지하면 좋고 그걸 하지 않을 거라면 능수능란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오점이 남는다. 

총평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인데 완성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점이 아쉽다.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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