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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드라마 우먼 인 블루 후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

애플 에서 만든 실화 기반 멕시코 시대극 우먼 인 블루는 1971년 멕시코 시티에서 새롭게 창단한 최초의 여성 경관들의 활약을 다룬다. 실화 기반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가벼운 드라마는 각색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들어 갔다고 보면 된다. 원래 그럴 의도로 만들어진 경우도 많은데 애플은 전세계에서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만큼 돈 신경 안 쓰고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는데 사실상 파친코를 제외하면 제대로 히트한 작품이 없긴 해서 최근에는 영화 부문에서는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들었다.

영화는 대규모 개봉을 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들의 거짓말 안 보태고 하나같이 다 폭망해서 9월 27일 공개한 울프스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바로 애플 티비 플러스로 직행을 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도 영화는 사실상 볼 게 별로 없고 드라마는 그래도 볼 게 많은 편인데 드라마 우먼 인 블루는 로튼 토마토 점수가 상당히 높아서 기대를 가지고 감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 인권 다루는 소재는 평론가들이 점수를 짜게 주기가 힘든 부분이 있어서 로튼 토마토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거였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최근 들어 이런 드라마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그다지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정에만 충실하다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 충격에 빠진 아름다운 부인
원래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 운동을 많이 한 여자 
모든 집안이 경찰 일을 하고 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원하던 경찰은 절대 될 수 없던 소녀 
열심히 일하지만 고장난 가스레인지조차 고치지 못하기에 경찰에 지원하는 안경잡이

모두들 다 사연은 있으나 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고 최초로 창단이 되는 여성 경찰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건 그리고 그게 멕시코라면 절대 쉬운 일은 아닐테다. 멕시코는 지금도 치안이 워낙에 안 좋기로 유명하지만 그 당시라고 해서 특별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정부에서 여성 경관을 창단한 것도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해서 만든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여성 연쇄 살인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이벤트성이었다. 

연쇄 살인마를 잡는 건 요원한 일이지만 여성 경찰로 경찰의 이미지와 정치인의 이미지를 다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런 일은 사실상 지금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정부 단체나 기업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여론에 오르내리면 갑자기 여성 수장이 나와서 단체를 전두지휘하기 시작한다. 미국같은 경우 갑자기 소수 인종이 수장의 자리에 오르면 쇄신의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건데 이런 경우 실속은 없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멕시코의 여성 경찰 역시 자신들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정치인의 이미지 홍보에 이용만 되다가 잊혀질 존재들이었다. 물론 위험한 일임을 알고 지원한 만큼 만만한 여성들이 아니라는 게 이 드라마의 주제이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 그동안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식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내가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품이 나오도록 지루해하는 이야기가 바로 미래가 어느 정도 그려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우먼 인 블루는 1화만 봐도 대충 결말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그려질지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아마도 이 여성들은 초반에 각종 사건들로 인해 고생을 하게 될테고 본인들만의 위기 상황에 대응해야 할 거다. 그런데 그래도 그런 일들은 우여곡절 끝에 극복하고 본인들의 원래 목적이었던 연쇄 살인마를 추격하는데에 힘을 모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쇄살인마 자체보다는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는 공권력과 또 한 번 싸워야 할 거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두며 결국 연쇄살인마까지 잡는 아름다운 결말에서 이야기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끼리 연대하고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너무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는 거 자체가 안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서사는 보통 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마치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그동안 여성이 진출하지 못했던 집단에 대해 다루는 경우 특히 더 그러하다. 반복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를 뭐라하고 싶지는 않은데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하려면 이전 레거시들이 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러한 새로움을 주는 이야기를 최근에 만나본 기억이 없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좋다. 그런데 재미가 있어야 하며 새로움을 줘야 한다. 이건 남성 중심의 이야기도 매한가지다. 남성들이 주구장창 나오는 이야기에 질렸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보다 백만 배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성들을 다뤄야 한다. 안일하게 남성들이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주인공의 성별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다. 

이런 이야기는 남성은 물론 여성도 즐겨보지 않는다. 

드라마 우먼 인 블루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있으나 정작 새로움을 전혀 제공하지 못하면서 심심한 요리가 되었다. 이런 경우 보통 요리사를 교체하거나 재료를 더 신선하게 바꿔야 하는데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보통 두 번의 기회는 제공되지 않기에 한 번에 성공을 해야만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 주인공으로 무얼 만들어서 망하면 비슷한 프로젝트가 모두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자본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패할 거 같은 프로젝트에서 돈을 수거해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 때 이를 악물도 덤벼서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철옹성을 부숴 뜨리고 나아가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여성 주연의 드라마로도 끝장나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마 그런 드라마는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를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순수하게 재미있는 작품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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