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의 장점과 단점이 응축된 드라마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상호 감독을 좋아라 한다.영화 부산행도 재미나게 보았고 드라마 지옥이나 다른 드라마들도 흥미롭게 보긴 했다. 완성도가 일정한 감독은 아니기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만한 감독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들고 오며 대단치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치있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완성도가 아쉽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잘 짠다고 생각하는 감독인 데다가 이번 지옥 시즌 2 는 최규석 작가와 각본을 맡은 터라 이야기 자체는 탄탄한데 이를 보여주는 연출 방식이 구태의연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면 조금은 신선한 연출 방식을 택했다면 어떠했을까 싶은데 속도감은 있으나 개성이 없고 그러다 보니 재미 역시 반감이 된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끌고 들어올 게 아니라면 이를 보여주는 방식을 신선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연상호 감독은 끊임없이 자기 복제에는 능하지만 발전이 전혀 없다는 점이 작품을 할수록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될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수준인데 소처럼 열일만 할 게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시기가 찾아 왔는데 감독 본인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
주변에서 누가 쓴소리를 조금 해줘야 할 듯한데 본인이 안 들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들었다 해도 능력이 없는 건지는 내가 알 길이 없으나 지옥 시즌 2 보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연출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생각보다는 없다. 보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순간이 거의 없으며 관성으로 보게 될 뿐 나 역시 연상호 팬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하차했을 정도로 완성도나 재미나 크게 높지 않다.
드라마 지옥 시즌 2 에서는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듯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심오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닌 데다가 인간 군상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대립을 하는 구조 자체도 너무 단순하게 설정이 되어 있는 터라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아무리 정제가 된 사회라고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리고 화살촉은 너무 과한 이미지로 필요 이상의 눈길을 끌고 있고 현실성이 전혀 없는 집단이기에 드라마 설정과도 충돌한다. 화살촉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처럼 군대보다 더한 무기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화살촉의 존재감에 대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도 조금 이해가 안 간다. 저 정도 무력 수준이면 군대가 들어가서 쓸어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과도한 화장으로 인해 이미지로는 강렬하지만 대충 봐도 가출 팸들이 만든 허접한 단체에 불과한데 이걸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하는 정부도 이해가 안 가고 누가 봐도 허접해 보이는 새진리회를 이용해서 사회를 통제하려는 시도 역시 허무맹랑해 보인다. 어찌 보면 시연과 고지는 자연 재해와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에 대해 무력해 하는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고 이러한 기현상을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종교 단체가 나오는 구조인데 이는 멀리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인간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면 종교에 의지하기 보다는 쉽게 포기해 버린다. 우리 나라에서 종교가 성장한 시기를 보면 우리 나라의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와 겹친다. 한국인에게 종교라는 건 기복 신앙에 가깝기에 종교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줄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악마가 나와서 나에게 죽음을 고지한다고 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위해서 무정부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나 정부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화살촉을 너무 이미지로만 소비하려 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과도한 이미지에 가려 화살촉이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축소된 느낌이기 때문이다. 화살촉이라는 집단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보다 더 암울하게 그려 내었다면 현실성을 얻어낼 수 있었겠지만 화살촉은 누가 봐도 관심에 굶주린 십대 광기 집단처럼 보인다. 화살촉을 특정한 이미지로만 설명하다 보니 왜 화살촉에서 사람들이 저렇게 집단 광기에 빠지게 되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한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보니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재미 역시 반감된다.
특히 전체적인 이야기에 크게 공감이 안 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재미 역시 사라지고 그저 이미지가 과도하게 전시된 드라마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극한의 혼란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조직을 만들고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세련되게 모여주지 못하다 보니 드라마는 길을 잃고 스스로 방황하기 마련이다. 본인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정치인의 일장 연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그러하다 보니 햇살반 화살촉 오지원의 변심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평범하던 가정 주부가 갑자기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전혀 설득하지 못 한다.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캐릭터의 행동 이유에 대해서 적절한 답을 주지 못 한다. 생각보다 많은 대사로 이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개소리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대사가 많은 영상물을 극도로 혐오하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지옥 시즌 2 는 엄연히 실패작이다.
말이 많은데 그 말로도 우리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어쩌라는 건가.
큰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설정이 좋다. 그런데 그 이후 세세하게 이야기를 내밀하게 채워나가야 할 자세한 구조나 개연성 그리고 각본이 너무나 아쉽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같지만 알맹이를 보면 크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고 연출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영화 반도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럭저럭 보긴 하였으나 연상호 감독은 이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진심으로.
총평
영화 부산행의 영광에서 제발 벗어나기를.
평점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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