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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시즌 2 후기 결말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 

일본은 아시아 선진국 중에서는 동성혼에 대해서 가장 급진적으로 시스템을 바꾸어 가는 나라 중 하나인데 아마 조만간 동성 결혼도 법제화 될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변화를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데 몇 년 전에 나온 요시나가 후미 작가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어제 뭐 먹었어? 역시 꽤나 흥행이 되었던 데다가 영화로까지 나왔었고, 역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는 시즌 2 까지 나왔고 방송사가 무려 NHK 였다.

NHK는 우리나라의 KBS와 같은 개념의 방송사라고 보면 되는데 만약 우리 나라에서 KBS 에서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으면 벌써 기독교를 비롯한 보수 단체에서 난리를 피웠을 게 뻔하긴 한데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티빙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를 오직 OTT 단독으로 공개한다고 했을 때에도 이 난리가 난 걸 보면서 우리 나라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구나 싶다. 

하지만 일본도 이런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열린 태도로 임한 게 얼마 되지 않는 데다가 그 이유가 상당히 경제적인 개념에 근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아마 일본보다 더 빨리 이런 문화에 열린 태도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이렇게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을 가족으로 받아 들이려고 하는 건 어찌 보면 소비 진작에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도한 건 아니겠으나 이 드라마에서도 결말이 둘이 더 넓은 집을 구하고 이사를 가면서 행복하게 살 거라고 예고하며 마무리가 되는 건데 원래 부동산은 모든 내수 소비의 핵심이기에 우리 나라도 아마 경제가 고꾸라지고 부동산 난리나면 게이나 레즈비언 가릴 것 없이 소비 시장으로 인도하기 위해 난리를 피울 거라고 본다. 오히려 일본보다 체면치레를 거의 안 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인데 이런 태세전환도 오히려 일본보다 더 빨리 이루어질 가능성 역시 나는 높게 보고 있다.

일본이 시민 의식이 발전해서 이렇게 급작스럽게 동성혼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기에 드라마 보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 나라도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 들고 경제가 쪼그라드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동성혼을 지지하고 경제가 괜찮은 미국에서 동성혼에 대해서 반대 여론이 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시즌 1 은 겨우 10부작이었는데 이번 시즌 2 는 무려 20부작이다. 물론 에피소드 하나당 13분 내외로 굉장히 짧게 이루어진 드라마이긴 하지만 말이다. 누가 봐도 저예산 드라마이고 히가 마나미와 모리타 미사토를 제외하면 네임드 배우가 전혀 안 나오긴 하지만 한정된 자원에서 완성도를 높이면서 재미 역시 배가 되었다. 

다 먹지도 못 하면서 요리를 많이 만드는 걸 좋아하는 노모토와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라 독립을 하며 마음껏 먹는 걸 좋아하는 카스가에 이어 이번 시즌에서는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레즈비언 이지만 에이섹슈얼인 야코와 회식 공포증으로 인해 남들과 식사를 하기 어려운 나구모까지. 

그리고 간병인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일본 내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일까지 세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노모토와 카스가 사이의 이야기 보다는 나는 이 쪽이 더 일본의 여성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현실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면서 더 흥미롭게 보이긴 했다. 특히 카스가 직장 동료 중 한 명인 중년 여성이 시부모님의 간병으로 힘들다고 고백하는 장면인데 같이 있던 다른 직장 동료가 그 문제로 인해 남편과 50세에 이혼했으며 자신이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일본은 초고령화로 인해 간병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우리 나라는 이제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에서 어떠한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펴 보는 것도 미래를 보는 좋은 거울이 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일본이나 우리 나라 할 거 없이 간병은 보통 여성이 맡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요양 보호사들의 성별이나 나이대를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도 일본의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도 유치원이 폐업한 자리에 요양 보호 시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이야 세금으로 어느 정도 유지를 하고 있으나 아마 국가의 재정이 마르고 더 이상 여력이 없는 시기가 온다면(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올 거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일본처럼 많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카스가의 아버지가 독립한 딸에게 할머니를 모시라고 돌아오라고 강요하는 부분은 다소 황당하긴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이 하기는 싫고 자식에게 맡기고 싶은 아버지의 이기적인 마음이 딱 우리 나라의 미래라고 보면 된다. 그로 인해 이혼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많은데 어차피 여성들은 나이가 먹으면 오히려 일할 곳이 많긴 해서 어찌 보면 이혼이 더 나은 선택처럼 보여진다. 애초에 나이가 먹고 이제 쉬어야 할 나이에 시부모의 간병을 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지옥이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카스가의 아버지가 악하다기 보다는 보통의 부모 세대들은 거의 다 저렇게 생각할 게 뻔하기에 이제 자식을 낳아도 자식의 나를 봉양하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이제 거의 착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근본적으로 자식도 돈이 없는 세대이고 사회 시스템상 이들이 돈을 벌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그렇게 많다는 미국도 그러한데 우리 나라와 일본은 이미 젊은 세대들의 경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도 못 하는 젊은 세대들이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 환상 아닌가. 결국 아이를 키우는 만큼은 아니지만 돈이 들어가는 게 부모 봉양인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기득권 층에서 전혀 없고 안다고 해도 해결 방안이 없기에 포기하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답답할 뿐이다. 애초에 젊은 층들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 기회 조차 빼앗은 그들에게서 무얼 기대하겠나. 

결국 노모토와 카스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NHK 라서 그런지 레즈비언들의 솔직담백한 사랑 이야기 보다는 남녀노소 누가 봐도 거부감이 없는 애매한 관계 설정이어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노인 세대들이 많이 보는 방송사에서 가벼운 두 여성의 키스신이 나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었다는 생각 역시 들기는 했다. 

드라마를 보면 그 나라의 삶이 보인다. 특히 여성을 다룬 드라마를 보면 해당 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한계와 애환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데 나는 이 드라마 보면서 우리 나라도 일본처럼 자식과 부모 세대가 아예 연을 끊는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겠다 싶다. 돈을 주고 기댈 수 있는 부모는 매주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좋지만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고 기저귀를 갈아 달라고 하는 부모와는 연을 끊을 수 밖에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총평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는 아쉽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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