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시즌3를 기다리며...
아쉽지만 파친코 시즌2가 마무리되었다.매주 한 회차씩 공개하는 극악의 일정이었지만 그러면서 애플 티비 플러스의 다른 드라마도 보게 되었고 구독료가 아깝지는 않았다. 원래 파친코 시즌2가 마무리 되면 바로 구독 해지하려고 하였으나 생각보다 볼 만한 작품이 있긴 해서 올해 말까지는 구독을 유지할 마음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우려한 일이 일어났다.
보면서 항상 노아가 자신의 친아버지가 고한수인 걸 알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고 나는 대학을 가기 전에 이러한 진실을 노아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노아는 이미 한수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혀 안 하진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 여자 친구가 한수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갑자기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 분노와 어두운 진실을 스스로 잘 감추고 살았던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성품이 온화하고 항상 얌전한 노아가 갑자기 여자 친구를 죽일듯이 달려드는 모습에서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마 이건 노아가 스스로 가장 먼저 본인에게 실망했을 포인트이기에 오히려 한수가 아버지인 걸 알아서 라기 보다는 본인의 본성에 대해서 실망을 금치 못하여 행방불명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봐야 한다.
한수가 아버지인 건 알았으나 그래도 자신의 정신적인 아버지인 이삭의 뜻을 받들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한수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항상 청렴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한수나 여자 친구나 노아가 평범하게 살기를 놔두지 않을 사람들이다. 아무리 노아가 어리다고 해도 그러한 의지를 모르기는 어렵다. 특히 한수는 노아의 미래를 자신이 마음대로 설계할 것임을 개의치 않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제대로 된 아버지 역할이라고는 물질적인 도움을 준 게 다이고 저 시절이면 큰 도움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아가 한수를 아버지라고 느끼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애초에 노아의 가장 큰 악몽은 한수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이니 말이다. 이러한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파친코를 보면서도 노아가 한수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확실하게 아는 순간이 언제 올까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 회차인 8화에서 바로 드러난다.
와세다 대학교에서 엘리트 수업을 받는 노아는 유난히 명석한 한수의 머리를 닮아 그 안에서도 수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노아도 성인이 되었고 알만큼 안다고 생각해서 한수는 노골적으로 노아에게 접근하여 아버지 행세를 하게 되는데 노아 입장에서는 물질적으로 도움도 주는 데다가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한수를 멀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노아에게 한수의 존재는 피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버리기 아까운 계륵 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진실이 드러난 비오는 날 밤 노아 역시 마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어머니 선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간다. 어찌 보면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간 거지만 난 처음에 노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고 신분을 아예 세탁하여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는 건 괜찮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애초에 조선인이라는 것도 게다가 악마같은 고한수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바꾸기는 어렵지만 어디에선가는 자신의 신분과 출생의 비밀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노아를 가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이든 선자와 모자수에게도 노아는 여전히 사라진 사람인 걸 보면 이제 노아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은 섬이 많아서 작정하고 사라지기로 마음 먹으면 사람을 아무리 풀어도 찾기가 어렵다고 듣기는 했었다.
노아의 결말이 다소 허무하긴 하지만 선자나 한수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왔던 건 아닌지 특히 한수는 자식을 제대로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노아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인식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노아를 잃는 결과를 맞이학 되었다. 선자 입장에서도 노아의 고민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였고 노아에게 진실을 숨기면서 노아의 신뢰를 잃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노아가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저런 식으로 살면서 제대로 된 삶을 살기가 워낙에 어려운 탓에 그의 미래가 밝아 보이진 않는다. 한수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하게 물질적인 지원만 하였다면 노아는 평범하게 선생님이나 교수를 하면서 살아갔을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한수의 욕심은 너무 거대했고 주제넘게 노아의 삶에 관여하려고 하는 순간 노아는 마치 모래 사장의 모래처럼 한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리고 나이 든 선자는 새롭게 사귄 중년의 일본인 남자 친구에게 작별을 고한다. 모자수에게는 본인도 외롭다고 윽박을 지르긴 하였으나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사람은 과거를 죽기 직전까지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는 현재를 바탕으로 다시 살아난다. 한 번도 죽지 않고 끊임없이 기억 안에서 재생이 되고는 한다. 아무리 모두가 피해자였다고 해도 그 사람의 행동이나 발언 자체는 없던 것이 되지 않는다.
이제 중반이 지나갔다.
총 시즌4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파친코인데 이번 시즌2는 시즌1보다 더 작품적으로 대단한 수준을 보여 주었기에 매회 감탄을 하면서 시청하게 되었다. 아마 시즌4가 마무리 되면 미국 드라마 역사에서도 대단한 작품으로 기록될 거라고 생각한다. 시즌4까지 좋은 작품을 수 휴 프로듀서가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총평
완벽하다.
평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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