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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플리백 시즌 1 후기

다소 형편없는 사람일지라도 

피비 월러브리지의 1인극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 플리백은 공개되자 마자 평단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본인이 각본을 쓰고 연기까지 다 하는 드라마로 피비 월러 브리지 혼자 모든 걸 다 하는 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사실 일반 사람들이 받아 들이기에는 조금 강도가 있는 블랙 코미디여서 나는 보다가 하차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를 넘어가니 각본의 의도가 나오면서 오히려 다 보고 나서는 힐링을 받은 느낌마저 받았다. 

영국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저세상 수준의 풍자를 한다는 건데 이 드라마 플리백에서는 주인공 본인에 대한 풍자 강도가 꽤나 높아서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면 벌거벗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나이는 먹었으나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망해가는 카페 사업을 부여 잡고 있는 수준인데 절친이 갑자기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플리백마저 무너지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1인극이지만 가족 드라마의 범주로 놓게 보는 게 그나마 최선이다. 장르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이 드라마의 매력인데 신들린 각본과 주연 배우의 놀라운 존재감은 이 드라마를 잊기 힘든 작품으로 남게 만든다. 

어찌 보면 플리백은 나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남들이 보기에는 용서받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요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비난과 비판을 퍼붓는 대상을 보면 저 정도로 비난 받을 만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마치 비난받는 당사자가 죽기 직전까지 몰아 붙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관대하지 않은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찍이 예수님은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한 전적이 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죄를 저지른다는 단순한 진실을 예수님은 이미 알고 계셨다. 아무리 바르게 살려고 해도 인간 본성 자체가 실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플리백이 특이하고 개성이 강한 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누구의 인생도 플리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플리백은 절친의 남자 친구와 잠자리를 함께 하면서 절친이 죽어 버리게 되었다는 거다. 한 마디로 바로 잡기가 불가능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다. 절친이 만약 원래 계획대로 손가락 정도만 부러진 상황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플리백은 이 정도로 힘들어하진 않았을 테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다. 계획한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이게 당연하다.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도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게 된 이후로는 섣불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애초에 우리는 5초 뒤에 일어날 일조차 통제할 수 없다. 그런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하며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 

특히 플리백은 단순한 욕망으로 시작한 일로 인해 절친한 친구를 잃어 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누가 보면 평생을 가도 용서 받기 어려운 죄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여동생은 플리백이 남편을 유혹했다고 믿게 된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 하나로 자신을 규정하며 플리백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가족이 되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내로남불

본인들이 한 실수는 우발적이지만 남이 한 실수는 그 사람을 규정한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실수일지라도 말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으나 사람 하나를 담고 있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보고 자신은 평생 실수를 하지 않을 것처럼 비난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단지 수습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 만이 존재할 뿐이다. 

플리백의 오열을 보고 나 역시 할 말을 잃었다. 나 조차도 나의 실수에 대해서 본인에게 너무 혹독하게 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플리백이 그리고 내가 나의 실수에 대해서 가장 관대해야 한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플리백처럼 무너지기 말녀이다. 모두 가 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잊고 상대방이 죽기 직전까지 비난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위로는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오기 마련이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조차 무시하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나의 상처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대방이 위로하면 그 감동은 더 배가 된다. 그러하기에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친절하게 대하는 하루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플리백이니... 

총평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평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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