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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드라마 슬로 호시스 시즌1 후기 결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오합지졸 첩보 드라마

파친코 덕분에 애플 티비 플러스를 구독 중인데 드라마 시리즈에서 항상 파친코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드라마 슬로 호시스가 눈에 들어 왔으나 크게 당기지가 않아서 보질 않았다. 그러다가 바로 애플 티비 플러스 구독을 바로 끊을 거 같지는 않아서 1화는 한 번 보자 하고 보기 시작해서 그 날 밤에 6부작을 전체 다 보게 된 드라마 슬로 호시스 시즌1은 웰메이드 영국 드라마답게 순수한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일단 배우 라인업이 그야말로 지리는 수준인데 게리 올드만은 물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조너선 프라이스까지 나오며 요즘 뜨는 젊은 배우인 잭 로던과 올리비아 쿡까지 즐비해 있다. 올리비아 쿡은 하우스 오브 드래곤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다 출중한 배우들이 나와서 그런지 이야기의 재미도 크지만 연기 파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첩보 스릴러이기에 연기 파티는 크게 기대하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린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슬로 호시스인가 하면 언어유희라고 보면 된다. 영국의 첩보 드라마나 영화는 소설이 원작인 경우가 많은데 슬로 호시스도 소설이 원작이다. 시즌4까지 공개되었고 시즌6까지는 무난하게 공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가 아주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도 아니고 한 시즌당 6회차여서 그런지 애플도 제작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우리 나라로 치면 국정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보안부 MI5 에서 큰 실수를 하거나 일을 못 해서 퇴출된 요원들이 모여 있는 올더스게이트 지부, 이들은 건물의 이름을 따 본인들을 슬라우 하우스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며 좌천된 사람들인 터라 슬로 호시스라고 부른다. 소위 말해 느린 말들인데 말은 원래 과거 전쟁을 생각하면 기동성이 장점인데 느린 말들이라는 의미 자체가 쓸모없는 요원들이라고 보면 된다.

슬라우 하우스의 책임자인 잭슨 램 역시 자신의 팀원들을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모욕에 가까운 표현을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자신의 팀원들을 신경 쓰고 아껴주는 츤데레 팀장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수시로 방귀를 뀌면서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고 집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지만 이 정도면 그 누구보다 대단한 리더가 아닐 수 없다. 회사나 단체 생활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램이 얼마나 대단한 리더인지 단숨에 알 수 있고 저런 리더조차 사회 생활 하면서 만나기가 거의 로또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타버너의 계략으로 인해 슬라우 하우스로 좌천된 능력 있는 성골 요원 리버 카트라이트, 잭슨 램과 함께 드라마 슬로 호시스를 이끄는 두 핵심 축인데 최근 시얼샤 로넌과 결혼한 잭 로던이 주연을 맡았다. 키가 굉장히 커 보여서 190은 넘을 줄 알았는데 185였다. 생각해 보면 배우들은 보통 얼굴 크기가 작아서 실제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데 키도 크고 얼굴도 작은 데다가 몸매도 호리호리한 편이라 실제보다 더 커 보인다. 제임스 본드 같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무언가 돌아이같은 모습이 보이긴 해서 오합지졸이 모인 슬로 호시스 주연으로는 제격이다. 

자 이제 이 멍청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최대 난제라고 볼 수 있다. 솔직한 말로 MI5의 똥을 치우는 일을 주로 하는 이 멍청이들은 말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다 능력 있는 요원들이다. 단지, 누군가의 계략이나 평생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실수로 인해 슬라우 하우스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으나 누구보다 능력치가 좋은 사람들이고 어찌 보면 본부 안에서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리더의 밑에서 개처럼 따르는 요원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아마 그러하기에 시청자들은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본부의 요원들보다 다소 허술해 보이지만 일처리 만큼은 확실한 슬로 호시스 요원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시도 때도 없이 독한 방귀를 껴대는 잭슨 램부터 혐오스러울 정도인데 알고 보면 명석한 머리와 전략을 가지고 있고 팀원들을 누구보다 챙기는 모습에서 츤데레의 면모가 드러난다. 리버 카트라이트 역시 죽어라고 말 안 듣는 후임이지만 누구보다 확실하게 일을 잘해서 더 정감이 간달까. 

이게 왜 재미있지? 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의 모든 슬로 호시스 요원들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MI5가 저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지는 알기 어렵지만 원래 이런 일은 보통 저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며 일처리가 엉망이어도 리더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모든 일에 면죄부가 주어지기도 한다. 중국이 시진핑을 중심으로 그리고 러시아가 푸틴을 위주로 돌아가면서 온갖 합리성과 타당성이 무시되는 것도 비슷한 사유라고 보면 된다. 

연출은 조금 평이한 편인데 각본이 상당히 좋은 데다가 나오는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빌드업이 되어 있다 보니 주조연 할 거 없이 엑스트라급으로 지나가는 등장인물들도 주의해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는 것도 크지만 그만큼 캐릭터 빌드업이 훌륭하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시즌1에서 기대했던 올리비아 쿡의 비중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계속 보긴 할 거라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총평

끝내주게 재미있다. 

평점 

5/5

드라마 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 보자면. 

유럽에서 왜 극우주의가 판을 치게 된 건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건데 이유는 단순하다. 유럽에 사는 그리고 미국에 사는 백인들이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의 유입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주머니 사정이 과거와 같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물러가고 바이든이 다시 들어 왔지만 다시 트럼프가 재선될 거라고 모두가 확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든이 와서 만약에 경제를 재건하고 몰락하던 중산층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주었다면 해리스가 아니라 해리스 딸이 나와도 민주당은 대선에서 확실하게 이겼을 거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이나 자본주의가 몰락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미 시스템 상으로 자본주의가 틀렸다는 게 증명이 되었으나 이제 와서 모든 걸 다시 갈아 엎기는 불가능하다. 아예 한 번 폭삭 망하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면 또 다르지만 말이다. 독일에서도 제 1차 세계 대전이후 왜 나치주의가 부활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 사람들이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유대인을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보다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이유가 더 크다. 그 안에서 히틀러가 나왔고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무언가 지금과 비슷하지 않나. 지금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세계 대전으로 확전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나 아마 향후 몇년 아니 몇 십년간은 전쟁으로 인해 모든 세계가 다 같이 황폐화 될 것이고 여기에 더해 기후 위기까지 겹친 터라 앞날은 불투명하고 어둡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나 매체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이민자에게 있다고 광고한다. 트럼프만 해도 멕시코와의 사이에 말도 안 되는 장벽을 세우며 교육을 받지 못한 다소 멍청하고 휘둘리기 쉬운 백인들을 유혹한다. 애초에 직장을 앗아가는 건 영어를 제대로 못 하는 이민자들이 아니라 공장을 외국으로 보내고 인공 지능 기술과 로봇을 쓰는 대기업 때문이지만 이러한 진실은 항상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버리고 오직 이민자들이 주요 쟁점이 된다. 

결국은 시스템을 무너 뜨리고 기득권층을 몰락시켜야 일이 해결될 건데 그러기에는 힘도 없고 지략도 없고 하니 결국 만만한 이민자를 데리고 참수 놀이를 하는 게 현실이 된 유럽의 현실을 슬로 호시스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참담하지만 이게 영국 아니 유럽의 진실이며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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