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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전부 애거사 짓이야 후기

그나마 군계일학

마블이 만든 드라마에 어느 정도는 치를 떠는 편인데 제일 처음에 만든 완다비전의 작가가 각본과 메가폰을 잡고 만든 드라마 전부 애거시 짓이야는 그래도 완다비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에 감상을 했고 결로부터 말하자면 완다비전을 제외하면 가장 마음에 들 정도로 흥미로운 드라마라는 점을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우려보다는 괜찮았다.

다만, 지금 마블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바닥인 터라 국내는 당연하고 북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후속 시즌은 기대하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원래 이런 드라마는 초기 화제서잉 전부인데 초기임에도 화제성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어서 디즈니가 마블을 어떻게 망친 건지 참으로 한탄스러울 정도다. 

디즈니가 마블을 망친 건 굉장히 유명한 사실이고 나는 이게 근본 원인으로 PC 보다는 지나친 자신감과 과욕을 들고 싶다. 레즈비언 캐릭터나 여성 중심 서사가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계관을 연결시키고 마블 영화를 보던 모든 사람들이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하여 별 필요도 없는 세부적인 이야기를 볼 거라고 착각한 디즈니 임원들이 가장 큰 패착이라는 말이다. 

애초에 마블 영화를 완다비전에 기반해서 이해하지 않으면 이야기 연결이 안 되게 만든 것부터가 오만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보기는 하였으나 닥터 스트레인지같은 훌륭한 마블 영화를 그렇게 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이 즈음부터 마블의 몰락은 시작되었고 코로나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망할 거였기에 코로나를 원인으로 두는 건 너무 치졸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성공하긴 하였으나 이건 마블의 부활이라기 보다는 데드풀의 인기에 편승해서 디즈니가 한 번 성공했다고 보는 게 적확하다고 본다. 정말 마블이 제대로 부활한 건지를 알아 보려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얼마나 흥행하는지가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만약 성공한다면 그제서야 마블의 부활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지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미 울버린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한 만큼 흥행 대박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이고 정작 마블의 나라 한국에서는 200만 관객도 넘지 못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전부 애거사 짓이야 역시 디즈니 입장에서는 크게 발전시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만들어 놓았으니 공개는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거의 다 폐기 처분이 된 거 같고 디즈니 역시 마블의 판을 아예 새롭게 짜고 있는 터라 다음 마블 프로젝트를 위해서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볼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아그네스 캐릭터가 매력이 넘치긴 하고 그로 인해 드라마 역시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과거의 디즈니에서 만든 드라마 답게 유색 인종을 넣으려는 이런 저런 노력이 돋보인다. 모아진 마녀들이 거의 다 유색인종이며 이러한 인종을 균등하게 분배한 점이 디즈니 답다 싶은데 이런 식으로 인종을 배분하려는 노력 자체는 높게 사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디즈니가 균형을 잘 조절하지 못한 건 뼈아픈 실수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원인 분석으로 인한 실패인데 그래도 디즈니 정도나 되니깐 이런 거지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이런 식으로 티나게 무언가를 하지도 않아서 디즈니가 선녀처럼 보이긴 한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어느 인종을 캐스팅하느냐가 아니고 동성애자 캐릭터가 나오냐 마느냐가 아니고 어떠한 캐릭터가 나와도 얼마나 재미있는지가 아닐까. 핵심이 되는 재미있는 각본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야지 다양성이 중심으로 들어오면 이야기 자체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라서 그런 부분에서 디즈니를 포함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조화를 찾았으면 한다. 

전부 애거시 짓이야 에서는 애거사를 추종하는 틴이라는 캐릭터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트스토퍼에 나왔던 조 로크 배우가 나오는데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연기가 나쁘지는 않으나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아서 다른 배우가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애거사가 보여주지 못 하는 다른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을 테고 연기력이 더 출중한 배우가 했다면 더 잘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존재감이나 연기력 그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중심 이야기는 힘을 잃은 애거사가 마녀의 길을 가면서 다시 힘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막말로 애거사를 중심으로 따로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애거사가 사랑을 많이 받는 캐릭터인지도 의문이고 그런 것치고는 마블 드라마 어디에서도 나온 적이 없어서 이 드라마는 과거 디즈니 플러스 확장 시절에 채택된 프로젝트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아마 지금이라면 당연히 언급은 되었겠지만 폐기가 되었겠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른 마블 드라마와 같지 않게 완다비전을 안 봐도 충분히 재미있게 감상가능하다는 점이며 보면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보이기도 했고 이런 저런 클리셰가 많이 나오고 돈을 많이 쓴 티가 나서 흥미롭긴 하다. 캐서린 한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맛도 있고 독립적인 드라마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게 그나마 다른 마블 드라마가 노잼이 되는 시대에 맞선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디즈니는 거의 모든 마블이나 스타워즈 드라마들의 후속 시즌을 캔슬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건 아무래도 수장이 제대로 회사를 이끌지 못하고 마블이나 스타워즈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데에서 온 당연한 결과이다. 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끌려면 세심하고 주의깊게 해야 하는데 야심차기만 하고 정작 재미있는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제공하지 않다 보니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디즈니답게 부활은 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드라마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괜찮은 드라마이긴 하지만 마블의 부활을 논하기에는 언급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애매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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