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명품 패션의 세계.
패션 소재 관련해서는 드라마를 안 보는 편인데 내가 패션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도 하고 흥미가 없다 보니 이야기 자체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기에 애플 드라마 더 뉴룩 역시 크게 재미가 없었는데 로튼 토마토 후기가 워낙에 좋아서 속는 셈치고 감상했다가 의외의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프랑스어로 메종은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패션 업계에서 파리의 오트쿠튀르를 상징한다. 오트쿠튀르는 드라마 초반에도 나오지만 맞춤형 옷이어서 오직 한 명의 고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다. 지금은 메종이 브랜드로 들어간 명품 브랜드인 메종 키츠네와 메종 마르지엘라 같은 브랜드도 있긴 한데 원래는 맞춤형 옷을 뜻하는 명품 브랜드 하우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일반인은 구입할 엄두도 못 내는 가격이긴 하다.
흥미로운 건 드라마 라 메종은 패션업계를 잘 몰라도 충분히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보면서 HBO 드라마 석세션이 떠오르긴 했는데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건 아닌지 로튼 토마토 전문가 리뷰 중에 석세션 이야기도 역시나 나온다. 보는 시각은 다 비슷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패션 재벌가의 권력 다툼이 중심에 있고 기묘한 관계의 내부자가 아트 디렉터로 들어 오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드라마들을 다룰 예정이기에 여러모로 보나 석세션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명품 브랜드는 상장되어 있긴 하지만 메종같은 경우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아서 가족 기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주주 총회라고 해보았자 가족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막말로 가족 기업이라고 보는 게 맞으며 상장할 이유도 없어서 앞으로도 이런 소수의 기업들은 상장을 하지는 않을 거 같다.
드라마에서 이야기의 중심인 르 뒤 역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메종인데 최고 수장인 뱅상이 찍히는 줄도 모르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게 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뭐 메종이라고 나오지만 그냥 명품 브랜드 산업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처럼 맞춤형 옷만 제작해서는 매출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안에서는 돈 있는 한국인이 나오긴 하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느낌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이미지가 과거보다 안 좋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긴 한다.
물론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는 컨셉을 위해서 한국을 희생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프랑스에서 유독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식용으로 먹는다고 난리를 치는 느낌인데 먹는 거 가지고 저러는 거 자체가 조금 어이가 없긴 하고 그런 식이라면 돼지나 소는 왜 먹는지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다. 자신들만 고상한 척 하는 유럽인들을 우리가 싫어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위기를 맞이한 뱅상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위했으나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지고 이게 전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사퇴를 해야 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 와중에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디렉터인 페를은 뱅상의 오랜 연인의 딸이자 패션업계에서 문제아로 떠오른 팔로마를 아트 디렉터로 데리고 오면서 드라마는 마무리 된다.
매주 금요일에 공개되는 터라 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이야기 전개 자체가 흥미로워서 챙겨보긴 할 거 같다. 특히 뱅상과 팔로마의 관계 설정이 흥미로운데 아버지와 딸의 관계도 아니고 뱅상이 사랑했던 남자 연인이 하룻밤의 실수로 낳은 딸이고 그 딸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내친 게 바로 뱅상이어서 이제서야 만난 게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설정이긴 하다. 이 둘은 서로를 증오할 수 밖에 없는 게 뱅상에게는 전 연인이 자신을 배신하고 낳은 아이인 동시에 팔로마에게는 2살인 자신을 내쫓은 사람이 바로 뱅상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관계성도 흥미로운데 명품 패션업계의 권력 다툼도 나름 실감나게 다루고 있어서 드라마 석세션의 프랑스 명품 패션 버전이라는 측면도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이야기가 아주 허황된 게 아니라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인 데다가 그동안 대중들에게 노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명품 패션업계 이야기여서 호기심이 샘솟기는 한다.
우리는 명품 패션 브랜드면 항상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아마도 원가 대비 정가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도 굳건한 브랜드를 제외하면 나름 흥망성쇠가 있다. 버버리 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 1990년대만 해도 브랜드 버버리는 루이비통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고 할 정도인데 지금은 준명품 브랜드로 내려 앉은 것만 봐도 명품 브랜드 역시 철저하게 이미지를 관리하지 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뱅상이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고 명품 브랜드가 나락으로 가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겠으나 실제로 아베 크롬비 같은 경우 꾸준히 인종 차별 브랜드 홍보와 사장의 개념없는 발언으로 문제가 되다가 그야말로 폭망한 전례가 있다. 패션이라는 게 어차피 품질은 다 거기서 거기인 터라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산업이기에 트렌드에 더 예민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도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막말로 우리가 샤넬을 구입할 때 품질을 보고 구입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던 패션업계 이야기 여서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자극적인 소재는 나오지만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 팔로마와 뱅상의 관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될지를 구경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거다.
일단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으니 파친코 시즌2 덕분에 애플 드라마 구독하시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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